(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음주운전치사상죄’)음주운전은 1억원 드는 고비용 습관

지난해 12월17일 새벽, S은행의 모 직원이 몰던 그랜저 차량이 택시를 잡던 행인들을 덥쳤다. 이 사고로 직장인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가해자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82%인 만취 상태였다. 명문대를 나온 전도유망했던 20대 청년이 한순간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평생이 걸려도 씻기 어려운 범죄자가 되어버린 사건이었다.

저녁 때 회식자리가 이어지게 되면 차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고민이 시작된다. 술을 아예 안마시자니 그렇고, 마시자니 운전하기가 찜찜하고, 2만~3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야하는 대리 운전을 부르자니 조금 아깝기도 한 것이 사람 마음인 것 같다. 술을 마시는 회식자리에는 차량을 아예 안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만약 어쩔 수 없이 차를 가져갔는데 술을 마셨다면 그 양에 관계없이 반드시 대리운전을 불러야만 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음주운전치사상죄’를 보면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람이 다치는
상해사고 발생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고,
만약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한 음주단속을 통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0.1%인 경우에는 면허정지 100일과 벌점이 주어지고,
0.1% 이상일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되며, 만약 0.36% 이상일 경우에는 구속 사유가 된다.

이렇게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은 계속 강화되고 있지만 1990~2006년까지 16년간
음주운전 사고는 매년 9.2% 증가해왔고,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음주운전을 가볍게 생각하고, 음주단속을 당하게 됐을 때 자숙하고 반성하기보다 ‘운이 없었다’거나 오히려 단속한 경찰을 탓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연관돼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사고가 발생하면 민사적 책임, 형사적 책임, 행정적 책임이 발생한다.
민사적 책임은 인적· 물적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이고, 형사적 책임은 형사 사고 시 발생하는 벌금, 징역형과 같은 처벌에 대한 책임이며, 행정적 책임은 운전면허 정지 또는 취소와 같은 행정적 재제를 뜻한다.

일반적인 자동차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교통사고 시 본인을 대신해 보험사가 보상을 하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인명이나 차량 손해와 같은 민사적 책임에 한정한다.
과거에는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인명에 대한 중상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운전자의 중과실이 없을 경우 형사 처벌은 없었지만, 2009년 2월 교통사고특례법이 위헌 판결이 나면서 현재는 운전자의 11대 중과실 사고에 덧붙여 6주 이상의 중상해 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이 강화됐다.

이렇게 형사 처벌 규정이 강화되면서 형사적 책임과 행정적 책임을 보장하는 ‘운전자 보험’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운전자 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운전자의 형사적 책임에 대한 형사합의지원금, 변호사 비용, 벌금 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운전자의 11대 중과실 중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 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하다가 인사 사고가 났다고 가정해보자. 민사적인 책임이야 보험사가 지겠지만, 형사 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벌금, 자기 차량 손해, 면허 재취득 비용, 자동차 보험료 할증 등을 감안하면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장애로 만들거나 사망하게 했다는 윤리적 책임은 평생동안 그 사람을 따라다닐 것이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전과 이력은 경제적 재기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나는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에서 0.1%로 높아지면 교통사고 가능성은 10배 증가하고, 사망률은 정상 운전 시보다 4배 이상 증가한다. 한 달에 한번 대리운전을 할 경우에는 1년에 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음주운전을 하게 되면 단속 한번만 되더라도 최소 5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사고라도 나게 되면 그 피해 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회식 자리는 행복한 자리다.
이러한 행복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음주운전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